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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위로와 희망


글 김삼화 아눈시앗따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지난 6월 예수 성심 성월에 소개한 고(故) 장동호(프란치스코, 1961~2007) 작가를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기 수녀님의 아버지 장례미사가 있어 파주 교하성당에 갔다. 성당 마당에서 장 작가의 십자가가 보여 깜짝 놀랐다. 교하성당 입구에는 예수님 상반신의 성수대가, 마당에는 높은 십자가와 승천하시는 성모상이 있다. 그리고 성전에는 제대 십자가가 있는데 그중에 승천하시는 성모상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성모 승천은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지상 생애를 마친 다음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려진 것’을 기념함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이 마리아 안에서 완성될 구원의 업적을 보고 희망하게 된다. 승천하시는 성모상은 이제 막 하늘로 들어 올려지는 듯한 모습으로 단아하면서도 자태가 소박하고 우아하며 거룩하게 보였다. 성모상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감탄하기는 처음이었다. 이외에도 큰 영감을 주는 성모상과 성 요셉 성인의 애잔한 사랑과 헌신을 느끼게 하는 성 가정상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46년의 삶을 살면서 장동호 작가가 혼신을 다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자 그를 사랑하신 하느님이었다. 이 사랑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깨달음은 삶의 끝을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여러 작품 속에서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신 나머지 모든 고통을 받아 안으신 하느님의 모습을 선명하게 체험하거나, 또는 믿지 않는 사람들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예술을 초월한 영적인 차원일 것이다. 바로 장 작가의 작품이 이런 느낌을 풍긴다. 나는 그의 작품에서 하느님께 대한 깊은 사랑의 연민과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깊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끼며 위로와 희망을 얻었다.

장동호 작가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끊임없는 요청으로 작가의 작업실에 남아 있던 미공개 작품 60여 점이 김세중 미술관에서 ‘봄빛과 십자가’라는 제목으로 2019년 5월 9일부터 한 달간 회고전을 열어 많은 이들에게 신앙의 빛을 전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전시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성 가정상’(부제 : 이 땅의 모든 애비들을 위해)이었다. 가족애가 남달랐던 그에게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 어린 예수님상의 모델은 큰아들이고 성모상은 아내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신 성 요셉의 사랑과 헌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은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작가의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어 가슴이 더 아렸다. 작품 정면을 보면 어린 예수를 꼭 끌어안은 성모님을 감싼 커다란 팔과 손이 보인다. 작품 옆면에서 보면 요셉 성인이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님을 감싸고 있다. 절제됨으로 자신을 낮추고 낮춘 요셉 성인의 겸손한 모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뭉클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장 작가는 ‘성 가정상’ 제작 중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작업장 창 넘어 아이 보살피는 아내, 딱히 누릴 것 없이 이 땅 모든 애비들은 버거운 일에 커진 손으로 저마다 섬기는 식구를 즐겨 살피기 마련입니다. 나섬 없이 요셉이 그러했듯이 아내 등 뒤에서….”

고인이 된 이후에도 그의 작품이 여러 성당에 계속 설치되고 있는 것은 미망인 한수영(아녜스) 작가가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