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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신비를 살아가는 사람들 -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대구 분원
기도와 사명 속 하느님을 알리다


글 강수자 마리아 테레지나 수녀|스승예수의 제자수녀회 대구분원

신앙의 여정은 마치 밭에 묻힌 보물을 발견해 파내는 것처럼 기도 안에서 알게 됩니다.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 신앙생활도 하느님 앞에서 기도할 때 성경을 읽거나 필사를 할 때도 마음이 하느님을 향해 있으면 그분이 바로 그 자리로 우리를 만나러 오신다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또 성체조배 안에서 성체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잠심이 이루어지면 기도의 체험이라는 은총으로 기쁨과 구원을 누리게 됩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희생되시기 전 다락방에서 제자들을 모아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 주시며, 영원히 이어갈 새 계약을 이루신 성찬의 기념은 오늘도 내일도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히 거행되고 있습니다. 또 친교를 가르쳐 주신 새 계약의 제사인 미사성제를 이루어 주셨기에 성체조배의 기원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사제는 이런 기도를 지향했습니다.

 

“주님, 오늘 미사성제를 드리는 사제들과 하나되어 성체이신 예수님과 작은 제물인 저 자신을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가는 많은 오류와 나쁜 표양을 보속하고 교회 안에 사회 커뮤니케이션 사도직에 봉헌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많아져 온 세상에 구원의 소식을 널리 전하기 위하여 … 아버지,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빛과 사랑과 자비를 베푸소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들은 매일 아침 이 기도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미사 성제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사제가 성체를 현시하면 성체조배를 통해 교회와 세상을 위해 성체를 흠숭하고 감사와 탄원의 기도를 드립니다. 세상의 죄를 속죄하고 청원의 기도가 온종일 이어지는데 이 성체조배가 우리의 첫 번째 사도직입니다. 매주 목요일(성체성사 제정일) 성체조배에는 ‘스승 예수 벗’ 협력자들이 참여합니다. 1984년에 시작된 성체조배는 이제 각 본당에 성체조배실이 생겨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한 수녀원 성체조배에 함께하는 협력자들이 40년 넘게 성체의 예수님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30년의 긴 세월 속에서 함께 기도하며, 새로운 벗들을 성체의 예수님께 인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 삶의 어려움 중에 시작한 기도가 어느새 모든 근심 걱정을 성체의 주님께서 다 가져가신 듯 해방을 체험한 분들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공생활 중에 카파르나움, 갈릴래아 호숫가, 팔레스티아 등 여러 곳에서 병자를 고쳐 주시고, 비유로 가르치시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해 주셨듯이 성체조배 앞에 기도하는 당신의 벗들에게 구원의 은총을 누리게 해 주십니다. 심지어 기도 후 실제적 응답을 받지 못한 사람도 ‘하느님의 함께하심에’ 감사드리고 기쁨을 누리는 체험을 하기도 합니다.

수녀원에서는 창립자의 지향에 따라 24시간 성체조배를 하는데 밤시간에는 재밌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보통 자신이 정한 시간에 성당에 오는데 나타나지 않을 경우 침실에 가서 “스승 예수님께서 수녀님을 부르십니다.” 하고 말하면 잠결에 “어디서?” 하고 반문하는 말에 웃음이 터져 대침묵이 깨지기도 합니다. 또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나는 성체조배 했는데…”라는 황당한 응답을 듣기도 합니다.

교회 안에서 나무의 뿌리, 잎, 가지의 역할을 하며 고유하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채 저마다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들은 교회의 뿌리인 기도의 사명을 첫 자리에 두고 깊은 내적 생활을 통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례의 사도직과 사제적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기도 안에서 교회에 필요한 전례복과 전례용품을 제작합니다. 이 전례와 성물을 통해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고 찬미를 드리는 수단이 됩니다. 창조물이 성부의 책이고 성경이 성자의 책이며, 전례는 성령의 책이라는 말씀처럼 교회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에서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전례 교육과 교회 건축 등에 참여하며 미사성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작합니다.

 

성모님은 이 세상에 예수님을 주신 분, 어린 예수님을 품에 안으시고 키우셨습니다. 또 예수님의 중요한 모든 구원의 순간에 함께하셨습니다. 우리 수녀회는 예수님의 첫 제자인 성모님을 모델로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 이르기까지 당신 외아드님과 일치로 함께하셨기에 십자가 아래에서 모든 제자들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제자 수녀들도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에게 맡겨진 사명의 숭고함에 사도직으로 참여해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어가는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봉사하며 마리아의 정신으로 사제들의 건강, 직무 등에 참여하고 협력합니다. 마리아를 통하여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예수님이 우리의 스승이시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어 주셨기에 목숨까지 바친 그 사랑에 감사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하신 사도 바오로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활기찬 활동적 지체로 하느님 안에 깊이 일치하는 제자 수녀들의 삶은 성체, 사제직, 전례의 사명 안에서 은총의 샘이 되도록 봉헌하고 있습니다.

 

수도 서원 40주년에 40주년을 경축하는 대구대교구 신앙잡지 월간 〈빛〉에 부족한 글을 싣게 되어 영광입니다. 〈빛〉 잡지를 통해 하늘 나라의 신비를 밝혀 주시는 모든 분께 하느님 사랑의 축복이 가득하시며 무궁한 발전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