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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해를 위한 생태영성
기쁨


글 송영민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생태영성에서 자주 이야기 되는 성인입니다. 197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생태 주보 성인’으로 선포되었지요. 그만큼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한 이들과 피조물의 친구로서 생태적 삶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성인이 생의 끝자락에서 지은 ‘피조물의 찬가(태양의 찬가)’에는 하느님 창조 세계에 대한 깊은 친교와 사랑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노래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프란치스코 성인이 어느 화창한 날 몸과 마음이 즐거움에 가득 찬 상태에서 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극심한 병고 속에서 거의 눈이 먼 상태로 자신의 유언과도 같은 서사 시를 쓴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찬가는 고통과 불안이 아니라 다른 피조물과 함께 창조주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쁨’으로 넘칩니다.

피조물의 찬가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mi, Signore!)”라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후렴구에서 영감을 받아 생태 회칙의 제목을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로 정합니다.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회 문헌의 제목으로는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심각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좀 더 묵직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찬미받으소서’라는 말마디를 곱씹다 보면 교회의 생태적 메시지에 기쁨의 색깔을 입히고자 했던 교황님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어두운 전망으로 가득한 현실 앞에 낙담하기 보다는 생명력 가득한 초록빛 행성의 경이로움을 재발견해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찬미 받으소서」 회칙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세상은 해결해야 할 문제 이상의 것으로, 감사와 찬미로 관상해야 하는 기쁜 신비입니다.”(12항) 일찍이 프란치스코 성인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 안에서도 피조물을 통해 찬미의 기쁨을 노래했듯이 교황님은 생태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기쁜 신비를 바라보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문제의 심각성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하느님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기쁨까지 잊어선 안 된다는 뜻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공동의 집 지구에 대한 걱정으로 앞서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닌지, 얼굴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에 기쁘게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요즘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생태 환경 이야기들은 종종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이러한 생태 위기의 강조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변화를 촉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자극해 호소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사람들이 둔감해져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생태적 문제에 정직하게 직면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는 있지만 계속해서 심각성만 이야기한다면 종말론적 피로감만 쌓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기후변화 담론이 충격과 공포를 넘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급박하지만, 그래도 기쁘게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병이 났다. 그러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식의 윤리적 촉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단순히 의무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 모여 나타납니다. 어떤 이들은 ‘분노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공동체를 돌보는 일은 심각한 투쟁으로 치우치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쁜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좀 어설프고 허술해도 괜찮습니다. 생태적 회심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즐겁게(!)’ 노래하며 더 나은 선택을 해 봅시다. 그러면 기쁨이 생태적 회심의 동력이 되고, 그 기쁨의 에너지가 우리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저는 오늘도 프란치스코의 노래를 부릅니다. Laudato Si’!

 

 

피조물의 찬가(「찬미받으소서」 회칙, 87항 중에서)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모든 피조물과 함께,

특히 형제인 태양으로 찬미받으소서.

태양은 낮이 되고 주님께서는 태양을 통하여

우리에게 빛을 주시나이다.

태양은 아름답고 찬란한 광채를 내며

지극히 높으신 주님의 모습을 담고 있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인 달과 별들로 찬미받으소서.

주님께서는 하늘에 달과 별들을

맑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지으셨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형제인 바람과 공기로,

흐리거나 맑은 온갖 날씨로 찬미 받으소서.

주님께서는 이들을 통하여 피조물들을 길러 주시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누이인 물로 찬미받으소서.

물은 유용하고 겸손하며 귀하고 순결하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형제인 불로 찬미받으소서.

주님께서는 불로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불은 아름답고 쾌활하며 활발하고 강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