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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신비를 살아가는 사람들 - 대안교육센터 ‘꿈 못자리’
‘꿈 못자리’의 무지개


글 김민수 레오 신부|꿈 못자리 대안교육센터장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아침 길, 전통시장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파아란 하늘이 배경이 되는 초록빛 산과 들을 마주합니다. 오늘은 누가 푸르고 싱그러운 이 길을 걸어 올지 하는 기대감으로 ‘꿈 못자리’로 향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만나는 ‘꿈 못자리’는 이렇듯 도심 외곽의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관은 대안교육기관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다니기 어려워하는 중학생 아이들이 학교 대신 다니는 곳으로 대부분 정신적 스트레스, 신체적 아픔으로 다른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기 힘든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볼이 빨갛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로도 가릴 수 없는 아이들 특유의 에너지가 빨간 볼을 통해 드러납니다.

 

아이들이 처음 ‘꿈 못자리’에 오면 2주간의 적응 기간을 거칩니다. 이는 아이들이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지켜본 후 정식 수탁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적응 기간 동안 아이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직 낯설고 어색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적응 기간이 지나고 ‘꿈 못자리’에 정식 수탁이 되면 차츰 본연의 모습으로 학교와 가정, 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동적으로 변해갑니다. 예를 들어 체력적으로 약한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등산을 하는 모습, 집에서는 산책조차 힘들어 한 아이들이 산행을 하자고 조르는 모습 등에 선생님들도 놀라워합니다. 또 평소 식사량이 적고 편식을 해 학부모들의 걱정을 끼친 아이들이 두세 번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아마도 아이들 마음에 숨어 있던 빨간 에너지가 솟아나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밝고 따뜻함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마음을 가진 이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하루 중 아침에 컨디션이 제일 떨어집니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축 쳐져 있습니다. 늦잠을 잔 아이들, 약을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 버스를 놓쳐 걸어오느라 힘든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친 아이들을 제일 먼저 선생님들이 맞이합니다. 선생님들은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하며 또 목소리를 높여 아이들의 마음을 깨워줍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점점 에너지를 회복해 오후가 되면 활력이 넘쳐 때로는 선생님들이 곤란해 하기도 합니다.

가끔이지만 아이들이 일탈을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속이 상해 심한 욕을 하거나 흥미가 없는 수업을 방해하며 분위기를 흐릴 때도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욕을 하며 다투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아이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또 수업 분위기가 흐려지면 화를 낼 만도 하지만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잠시 쉬어가며 분위기를 전환합니다. 한 번은 꽃을 심는 시간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 틈에서 홀로 땀을 흘리며 꽃을 심는 선생님을 봤습니다. 선생님은 활짝 핀 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수선화처럼 노랗고 따뜻한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아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들의 밝고 따뜻한 노란색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꿈 못자리’ 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 오가는 것이 불편하지만 각자가 가진 아픔으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싶어하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존중과 배려와 소통으로 조화롭게 친교를 이루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꿈 못자리’에서는 많은 색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파란 하늘과 초록빛 산과 들, 주황색 나비와 보라색 꽃, 빨간 볼의 아이들과 노란 마음의 선생님들이 친교를 이루며 한데 어우러져 ‘꿈 못자리’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