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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예술


글 김삼화 아눈시앗따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성탄’ 그림이 너무 좋아 한참을 보고 또 본 적이 있다. 시점이 신선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작품으로 성탄 그림뿐 아니라 영적인 것을 아주 친숙하게 그려내고 있어 좋아하게 되었다. 이 그림의 작가는 브라이언 커시스닉(Brian T. Kershisnik)으로 1962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사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석유 지질학자인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앙골라, 태국, 방콕, 파키스탄 등 세계 곳곳에서 살았던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직업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건축가가 되고자 했던 그는 자신이 선택한 브리검 영 대학에 건축과가 없어 미술을 공부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그림은 중요하게 되었다. 그는 사갈, 드가, 모딜리아니, 조토 등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저의 예술적 철학은 한마디로 성공적인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예술이 그 여정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통해 우리가 잊어버린 것을 상기하고, 알고 있는 것을 조명하여 더 완전히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은 좋은 생각으로 만들어집니다. 화가가 된다는 것은 고상한 행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중, 상당 부분은 실패와 자기 의심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 브라이언 커시스닉

대표작 '성탄’은 브리검 영 대학교의 객원 교수로 재직할 때 그린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야망을 품기를 바라며 가르쳤다. 그 예가 작업실에 들어갈 수 있는 한 가장 큰 캔버스를 펴 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이 거대한 캔버스에 압도되어 두려움이 있었으나 ‘야심 찬 것’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스케치를 시작으로 5m가 넘는 길이의 작품을 그려냈다. 이 그림에는 마리아와 아기 예수, 요셉, 두 명의 조산사, 그리고 은총의 사건을 목격하기 위해 몰려든 천사들, 어미 개와 강아지가 나온다.

작가는 자녀들이 태어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가정을 해석했으며, 남녀 관계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을 그림에 반영했다. 남성만 있는 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여성만 있는 아내와 처제들을 보면서 남성과 다른 신비한 체험을 그림에 표현했다. 즉 작가가 관찰한 아내와 처제들의 관계를 마리아와 산파들의 모습으로 표현해 헌신적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돕고 있는 그들의 친밀함을 보여줬다. 또한 요셉의 표정에서는 아버지로서 첫 아이와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과 혼란을 읽을 수 있다. 마리아가 기대고 있는 등받이는 요셉 사이에 장벽을 만들어 여성들과 분리시켰다. 이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작가 스스로 경험한 소외감을 요셉에게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셉의 얼굴은 마리아의 평온함과 대조를 이룬다. 그는 이 사건에 압도되어 얼굴을 감싸며 어리둥절하지만 하느님의 뜻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하는 듯 마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이에 마리아는 요셉에 대한 사랑과 위로의 표시로 자기 손을 요셉의 손에 얹었다. 요셉은 믿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체험을 신앙의 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와 산파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어머니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여성들이 아이에게 보이는 사랑과 보살핌은 어머니의 사랑과 동등한 것이다. 작가는 많은 그림에서 여성이 일종의 거룩한 직관과 지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 중앙의 천사들은 아기의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처럼 모여 경외심과 축하의 침묵을 지키며 아기 천사들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오른쪽으로 날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천사들은 뭇 예술가들이 그려내는 천사들과 달리 뚜렷한 개성을 가지며 표정이 모두 다르다. 한 천사는 멈춰 서서 요셉의 머리에 위로의 손을 얹었는데, 이는 영적인 존재들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에 늘 함께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성탄’ 속의 마리아와 요셉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순종을 통해 거룩해질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잃어버린 것을 찾을 것이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여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잃어버린 것을 찾고 있는 여인의 머리 위로 천사들이 함께하면서 여인을 돕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작가는 천사들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람을 사랑하며 사람의 유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외에도 그는 사람의 내면을 그리거나 신비로운 영적 존재를 친숙하게 표현해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며 위로받게 한다.

 

* 그동안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과 연재를 맡아주신 김삼화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