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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경북대 4학년 최하빈(레지나)
성장할 수 있는 신앙


취재|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본당마다 청년 미사 참례자와 청년 봉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래서 3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대학교 4학년 신앙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 소개를 해 주세요.

경북대학교 4학년 의류학과에 재학 중인 최하빈(레지나)입니다. 중학교 때까지 한국무용을 전공했는데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꿈을 접고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옷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어서 의류학과로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한국무용을 포기하는 게 힘들어 처음에는 많이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국무용 무대의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언제 신앙을 갖게 됐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제가 네 살 때쯤 부모님, 언니와 저까지 네 식구가 흥해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본당활동을 하던 중 고등학생이던 2019년 1월, 주일학교에서 필리핀 따가이따이로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수도원에서 필리핀 아이들과 같이 하룻밤을 보냈는데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수건돌리기, K-POP 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며 즐겁게 보낸 기억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당시 부상으로 인한 속상함으로 마음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성당에서 보낸 매 순간은 언제나 행복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이며 어떤 신앙활동을 하고 있나요?

수강 신청으로 원하는 공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해 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귀한 자유를 얻은 만큼 책임감도 따릅니다.

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모님을 떠나 포항에서 대구로 왔습니다.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대잠성당에 교적을 두고 반야월성당이나 산격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며 경북대학교 가톨릭 동아리 ‘빨마’에서 1년째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30여 명의 회원들과 개강·종강미사 봉헌, 찬양의 밤, 레지오마리애, 산격성당과 협력해 한 달에 두 번씩 반찬 배달 봉사 등을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성당에 나오지 않다가 대학생이 되어 갑자기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 반대로 대학생이 되면서 신앙을 멀리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며 스스로 동아리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오랫동안 냉담해 온 터라 교적부터 살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번거로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활동을 이어가는 회원들을 보면서 ‘신앙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가톨릭 동아리는 같은 학교에 다니며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들과 ‘같은 종교’라는 유대관계 안에서 여러 활동을 통해 안정감을 줍니다. 잠시 잊었던 신앙을 다시 찾는 이유는 그동안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주님을 알고,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요?

‘빨마’는 예비신자도 가입이 가능하고, 반찬 배달 봉사는 동아리 회원뿐만 아니라 경북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데 가톨릭 안에서 함께하다 보면 ‘신앙’을 가지고 싶다는 이들이 생깁니다. 그럴 땐 학교 근처에 있는 산격성당에서 청년예비신자교리반을 개설해 세례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주십니다.

반대는 중·고등학생 때에는 부모님의 강요로 성당에 다니다가 대학생이 되어 본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신앙을 귀찮아하고 삶에서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우리 주위에는 신앙보다 흥미로운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동아리 신입회원의 비중도 1학년보다는 3~4학년 또는 복학생이 높은 편입니다.

대부분 부모님의 선택으로 신앙을 가졌지만 스무 살이 지나면서 계속 이어가는 것은 본인의 몫입니다. 그러므로 대학생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학생들의 신앙 복귀를 위해 교회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주일학교 시절에는 재미를 찾아 성당에 가지만 대학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취업’입니다. 취업준비를 위해 1학년 때부터 열심히 스펙을 쌓고 있는 대학생을 위해 ‘신앙 안에서 자기계발과 접목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취업준비까지 할 수 있다면 많은 대학생이 신앙으로 복귀할 것이고 가톨릭동아리 회원 수도 지금보다 늘어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대학생,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는 안정적인 직장과 내 삶이 보장되는 워라벨을 추구하는 세대지만 요즘은 취업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지 찾아가 위로 받을 수 있는 곳, 바로 성당입니다. 신앙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지만 우리의 니즈를 반영해주시면 더욱 든든할 것입니다.

 

대학생들이 지친 마음을 재충전하고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회의 가르침과 그들의 실제 삶을 연결한 방안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