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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청년국 제1기 필리핀 선교 봉사
필리핀 해외 선교 봉사를 다녀와서
- 하느님 안에서 마음과 마음이 만났던 순간들


글 유혜승 크리스티나 | 범물성당

대구대교구 청년국에서는 1월 15일(일)부터 23일(월)까지 청년국장 임종필(프란치스코) 신부와 20명의 청년들이 8박 9일 동안 필리핀 선교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학생 때부터 저에게 봉사는 “해야 하는 건가?”라는 물음과 의심이 아니라 “할래!”라는 확신과 당연함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도 정해졌고, 지금도 여전히 저는 아이들과 함께 따뜻함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한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해외봉사’였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교구에서 진행되는 “필리핀 선교 봉사단” 모집을 보게 되었고, 직장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숨겨두었던 해외 봉사에 대한 제 마음이 ‘나 갈래, 할 거야!’라는 다짐과 함께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점점 직장에 적응해 가고, 일상에 익숙해지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주 해 있던 저에게 봉사단 지원만으로도 설렘과 도전의식을 안겨주기엔 충분하였습니다.

해외봉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자주 회의를 하고 모임을 가졌습니다. 설렘과 동시에 불안이 앞섰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오히려 부담스럽거나 짐만 되는 존재가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가식 없이 웃고 거리낌 없이 손을 잡고 안아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필리핀에 도착하여 순수한 그들을 만나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저는 제 작은 마음을 부끄러워하게 되었습니다. 덩달아 저의 욕심,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우리들의 몸보다 훨씬 깨끗했습니다. 불필요한 경쟁과 아등바등한 삶 속에서 살아오던 저는 그들의 삶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내려놓음과 비움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에 대해 만족하고 욕심내지 않으며, 가진 것을 더욱 베풀고 더욱 나눌 줄 아는 그들의 마음을 본받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세상의 굴레라고 칭하는 곳에 들어서게 되면서 저와 세상 사이에, 또 저와 제가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무언가 모를 벽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번 봉사활동은 저에게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단순히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해외봉사가 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던 것입니다.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늘 그랬듯 이번에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빈민지역을 다니며 만난 그들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제가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들은 늘 저를 걱정해 주었습니다. 음식은 입에 맞는지, 날씨는 어떤지, 바닥에 앉는 것이 불편하진 않은지 말입니다. 늘 저희에게 몸이 힘들지는 않는지, 마음이 힘들지는 않는지, 지금 행복한지를 물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행복을 묻던 그들이 사는 곳은 우리나라에 비해 역시나 행복지수가 높았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더 높다고 합니다. 그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맑은 웃음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처한 현실과 저의 상황은 모두 잊혀졌습니다. 우리들의 행복이 서로에게 전해져 커졌고, 우리들의 슬픔이 서로에게 나눠져 작아졌습니다.

왜 우리들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누어 우리들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사람들에게서 눈치를 보아야 하고 후진국의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반성해야겠습니다. 사랑과 칭찬, 행복지수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후진국이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고, 어디에서 살고 있으며 누구와 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누구 하나 쓸모없는 존재는 없었습니다. 마땅히 사랑받을만한 이유가 충분했던 우리들 사이에서 누가 더 높고 누가 더 낮은지를 따지는 수직의 관계가 아니라 수평의 관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분을 닮아 낮은 이가 되길 바랐습니다.

필리핀에서의 8박 9일은 신부님께서 늘 말씀하셨던, “필리핀에 가면 천사를 만나게 될 거야.”라는 말뜻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정말 천사 같은 사람들, 아니 천사를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어린이처럼 살아가라고 하셨던 하느님 말씀처럼 그들은 모두 어린이 같았습니다. 그들을 통해 이따금씩 의심하기도 했던 하느님에 대해 감히 확신하였고 그분을 만났습니다. 필리핀에서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던 날, 그동안 다짐했던 마음들은 어디가고 현실의 삶에서 또 다시 겪을 두려움과 함께 긴장과 불안의 감정들이 덮쳐 왔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럴 때마다 기도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사람 관계는 어렵겠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임을 또 다시 깨달았고 대신 그 안에는 늘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나눔’인 봉사를 통해 이번에도 저는 더 단단해지고 성장했습니다. 그 ‘사랑’은 하느님께로 나왔고, 그분께서 함께하셨기에 더욱 빛났습니다. 하느님의 뜻으로 중심 잡아 도구로 써질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마음을 함께 나눈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신부님께서 마지막 날, 저희에게 던지셨던 질문에 대한 복음 구절입니다. 그 날들처럼 우리들이 하느님 안에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분께 기도를 청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